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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무덤 코스'를 걸었습니다
2022-07-02 19:52:53
정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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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1코스, 모슬포-무릉 곶자왈 사이 17킬로미터를 걷는다. 이 구간은 거의 묘지 투어다. 개인 묘지, 문중 묘지, 공동묘지와 마을 묘지까지, 끝없이 많은 무덤들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제주 무덤의 비주얼은 강렬하다. 동그란 무덤을 사각형으로 둘러싼 검은색 돌무더기 담장 덕분일 것이다. 개인 무덤들은 감자밭이나 메밀밭 가운데 불쑥 놓여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평생 땀 흘렸던 바로 그 감자밭에 그들을 묻은 후손들은 또 그 밭에서 땀 흘려 일한다. 그리고 아기들은 일하는 부모 옆에서 자란다.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는 제주 무덤

도시인들은 갈수록 죽음을 포장한다.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처럼 천장이 높은 실내 봉안당도 생겼다지. 이 서재 스타일 봉안 시설은 유골함 외에 유품을 넣는 가죽 책 모양의 고급 유품함도 제공한단다. 타깃은 대한민국 상위 5퍼센트. 살아생전 어떻게 살았건 간에 고품격 공간에 봉안된다면 그 생애는 품위 있게 마감된다는 '착시'를 전제로 한 것일까.

제주 무덤은 섬의 소문난 비바람에 거침없이 노출돼 있다. 죽은 이들은 살아있는 동안 겪었던 폭풍우를 여전히 말없이 겪어낸다. 누구에게든 쓴맛, 단맛 제대로 맛본 한세상이었을 것이다. 울고 웃고, 때고 몸부림치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낸 생애를 대과 없이 끝마친 후련함으로 그들은 여기 누워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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