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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 어린이의 죽창 훈련... 일본인 소녀가 겪은 전쟁
2022-05-28 20:07:59
박광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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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시내에 있는 헌책방 '대학당 서점'이 문을 연 지도 어느덧 100년이 넘어간다. 그 사이 일본은 전쟁과 패전, 전후복구와 고도경제성장의 격동기를 거쳤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은 변함없이 책방의 서재를 찾았다. 대학당 서점은 일본의 근현대사 그 자체와 함께해 왔다.

시부모로부터 대학당 서점을 이어받은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이래, 타카하시 미치코(가명, 88세)씨는 지금까지 홀로 책방을 꾸려왔다. 책방이 그녀에게 갖는 의미를 문자로 풀어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책방을 통해 타카하시씨는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고, 지역사회로부터 고서점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긍지를 가져볼 수도 있었다. 책방은 타카하시씨의 삶에 있어 어쩌면 '전부'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런 책방을 이제 정리하고자 한다. 고령으로 인해 책방 운영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곧 폐업될지 모를 책방 안에는 그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나이를 먹은 오래된 책들도 구석구석에 쌓여 있다. 아시아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에 출판된 도서를 손님이 집어들자, 그녀는 가슴 한 켠에 묻어두고 있던 당시 전쟁에 관한 기억들을 꺼내보였다. 이야기는 순식간에 무르익었다. 80대 후반의 할머니는 어느덧 전쟁과 폭력의 시대를 살았던 10세 소녀로 돌아가 있었다.

일본 '국민학교령'의 의미

"우리 때는 소학교를 국민학교라고 했어요."

제국 일본이 미국과 영국을 상대로 전면전에 돌입했던 1941년의 봄, 일본의 초등교육 기관인 소학교는 국민학교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 이때 공포된 '국민학교령'은 일본 교육사에 있어 중대한 기점으로 평가된다. 학교의 존재의의가 지식의 습득과 인격의 도야를 목적으로 한 '교육'에서 '황국신민'으로서의 자질을 연마하는 '연성'으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물론 기존의 일본 학교 교육 역시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황도주의 국체론'의 틀 안에서 실시돼왔던 것이지만, 국민학교령은 그 교육이라는 용어조차 연성으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당시 극단으로 치닫던 사상통제의 양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생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총력전의 부속으로 취급 받게 됐음은 이제 명명백백해졌다.

어린 타카하시씨는 '멋진 모자'를 쓰고서 '빛나는' 백마 위에 올라 탄 쇼와 천황의 사진을 보고 그를 위대한 존재로 느꼈다고 한다. 학교와 사회에서는 그녀에게 천황을 가리켜 '살아있는 신'이라고 가르쳤다. 타카하시씨가 마주했던 모든 환경에서 끊임없이 계속된 천황숭배 주입에는 때때로 폭력이 동반됐다. 천황의 권위를 강조하며 신민으로서의 덕목을 훈시하는 '교육칙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녀는 몸서리를 치기까지 했다.

"'짐이 생각건대 황조황종(皇祖皇宗)이 나라를 열어 굉원(宏遠)한 덕을 세움이 심후하도다. 우리 신민이 지극한 충과 효로써 억조의 마음을 하나로 하여 대대로 그 아름다움을 이루는 바가 우리 국체의 정화인 바, 교육의 연원 또한 실로 여기에 있다.' 하고, 그 뒤로도 계속 내용이 이어지는데요.

이걸 다 외우지 못하면 '철썩철썩' 무지막지하게 따귀를 맞았어요.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기도 했는데, 정말 아파서 아연실색했어요. 어떤 때는, 운동장에서 쓰러질 정도로 뺑뺑이를 돌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설 수도 없었죠."


학교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은 천황숭배 주입뿐만이 아니었다. '귀축미영(미국과 영국을 귀신과 짐승에 비유한 프로파간다 문구)'과 같은 적대적 슬로건이 범람했다. 교과서의 지문들은 전쟁과 군대를 예찬하는 내용으로 하나둘 채워졌다. 하늘과 비행기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노래들도 널리 불렸다. 그 노래들은 말할 것도 없이, 남자 어린이들이 몇 년 뒤 소년비행병 모집에 지원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군 당국에 학교가 '협조'한 결과였다(관련기사: '가미카제'의 최후를 본 96세 일본 노인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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