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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 얽매인 승부사 '김종인'
2021-11-21 12: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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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구원(舊怨)의 정치'가 정치권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여야를 넘나들며 활약한 그는 오랜 경륜에서 나오는 정무적 감각과 중도를 파고드는 전략의 탁월함 등으로 승부사로 인정 받는다. 다만 고집이 센 데다, 전권과 자기 사람을 중요시해 갈등의 대척점에 서기도 했다. 특히 한 번 눈에 벗어나면 곁에 두지 않는 배척의 구원정치는 이번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2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에 따르면, 선거대책위원회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신3김으로 진용이 짜였다. 윤 후보가 수차례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의 비토를 받은 인물들 대부분이 그와 악연에 얽혀 있다.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주호영·장제원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와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홍준표 의원과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빠질 수 없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뉴시스
 
김 전 위원장과 김병준 교수와의 악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 교수를 국무총리에 내정하자 "가장 편한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맞붙은 건 올 초다. 김 전 위원장이 4·7 재보선을 대승으로 일군 뒤 퇴진하면서 "당이 아사리판"이라고 공격하자, 김 교수가 "어린애 같다"고 맞받은 적 있다. 이후 김 교수가 "윤석열이 뇌물을 받은 전과자와 손을 잡을 리 없다"고 비난하자, 김 전 위원장은 "하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노기를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당시 2억1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라디오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이 과거 언론 인터뷰 등에서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을 세게 들이받았다"며 "왜 그런 인터뷰를 했는지 모르지만 그 분 개인이 노력해서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 배경도 이런 맥락이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정치인은 구원이 있더라도 큰 일을 치르는 데 도움이 될지 중요하게 본다"면서도 "다만 과거에 굉장히 안 좋았고 지금도 서로 잘 안 맞는 그런 경우만 빼고"라며 김 전 위원장의 인선안 비토가 그와 관계가 껄끄러운 사람들 때문임을 시사했다.
 
김한길 전 대표(왼쪽)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뉴시스
 
김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와의 악연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원장이던 김 전 위원장이 해법으로 야권 통합을 제안하자, 김 전 대표는 "진정성과 절박성을 담은 정중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김 전 위원장은 "무슨 진정성이 없냐"고 펄쩍 뛰며 격앙했다. 여기에 더해 김 전 대표가 과거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고, 안 후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이력 등을 김 전 위원장이 탐탁지 않아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 전 위원장이 윤 후보 캠프에서 정리돼야 할 중진으로 주호영·장제원 의원 등을 내심 지목한 것도 자신과의 설전이 원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7 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끈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주 의원이 "다시 돌아오시는 수고로움이 없도록 하자"고 언급한 순간부터 두 사람 사이는 틀어졌다. 해당 언급에 김 전 위원장이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장 의원은 유독 홍준표 의원 복당만 불허하는 김 전 위원장을 지칭해 "노욕에 찬 기술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김 전 위원장은 장 의원을 향해 "홍준표 꼬붕 장제원이 짖는다"고 돌려줬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사진/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의원과는 질긴 악연이 있다.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견해 차가 이어지던 김 전 위원장을 지칭해 "그분이 내 멘토라면, 내 멘토는 300명쯤 된다"고 깎아내렸다. 이후 김 전 위원장과 최근까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서로를 맹비난하는 '정치적 앙숙'이 됐다. 안 대표 측은 4·7 재보선에서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오세훈 후보 뒤의)상왕"이라고 비판했고, 김 전 위원장은 안 후보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 "토론도 제대로 못 한다"고 맞받았다.
 
김 전 위원장과 홍 의원의 정치적 앙금도 크다. 홍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 당시 당의 험지 출마 요구에 반발해 탈당 후 당선됐지만, 김종인 비대위가 끝날 때까지 복당하지 못했다. 마음이 상한 홍 의원은 "몽니", "오만방자" 등의 단어를 써가며 김 위원장과 각을 세웠다. 심지어 홍 후보는 "내가 검사 시절인 1993년 4월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 때 20분 만에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뇌물 사건을 자백받았다"면서 김 전 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인 '동화은행 뇌물 수수 사건'까지 건드렸다. 김 전 위원장의 치부를 건드리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두 사람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치달았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대선 경선 문턱에서 패배한 홍 의원이 윤 후보 선대위 합류를 거부하는 배경엔 홍 의원 특유의 성품도 작용했지만, 김 전 위원장과의 껄끄러운 관계도 감안했을 것이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김한길·김병준 카드'를 고수하는 윤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권성동 신임 사무총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대통령 될 사람은 과거의 인연, 개인적인 친소 관계를 갖고 (인선을)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이 중요한 지를 알아야지, 아무나 사람이면 다 중요한 게 아니다"고 윤 후보에게 질책성 발언을 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제가 (선대위에) 모시려고 한 것이지, 인간적 친소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론했다. 윤 후보가 주말인 지난 20일 김 전 위원장과 만나 김 전 대표와 김 교수의 선대위 합류에 대해 동의를 구했고, 이에 따라 1차 선대위 인선은 이르면 다음주 초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2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고 전권을 갖고 운영하기 원하기 때문에, 윤 후보가 김 전 대표나 김 교수를 설득하고 소통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자신을 비토했던 사람을 중용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면 일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게 과거 경험에서 나온 그의 생각"이라며 "그게 김종인의 정치"라고 규정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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