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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만이라도 생명의 고리를 엮어 나가는 이
2025-05-03 11:14:55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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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등장한 김혜자가 일수꾼으로 나타났죠. 상갓집까지 찾아가 고인이 빌린 돈을 받아낼 정도였으니 너무나도 강렬했어요. 오죽했으면 고인의 딸도 김혜자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빌고 또 빈다고 했을까요? 그런데도 김혜자가 천국에 갔으니 자신도 놀랐죠. 그 이유가 딱 하나 있었죠. 밥도 못 먹고 아버지에게 얻어맞고 점심 도시락조차 못 싸가는 어린 이정은을 엄마처럼 돌봐준 것 말에요.

그 드라마 때문일까요?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최근에 홍도에서 사는 분과 목포에서 사는 분들을 초대해서 따뜻한 밥을 섬겼어요. 다들 어렵게 살아가는데 밥이라도 먹고 힘내라면서요. 또 다른 분도 있어요. 그분은 배드민턴 동호회 사람들에게 종종 삶은 달걀과 바나나를 섬기고 있어요. 저녁밥을 굶고 오는 이들에게 허기라도 달래라면서요. 그런 모습 자체가 손의 온기를 나누는 일이자 생명의 고리를 엮는 모습이지 않나 싶어요.

"사람은 극한상황에 가면 가장 날것의 모습이 나온다. 생과 사의 경계인 공간에서 그런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 사람들의 이기적인 마음을 볼 때가 참 힘들었다.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입원한 사람의 보호자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극한 상황에서 극한 장면들을 보다 보니 가슴이 답답해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99쪽)

이라윤의 <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에 나온 이야기에요. 20대 시절 중환자실에 인생을 바친 그녀의 진솔한 고백이라 할 수 있죠. 코로나 시절 격리 환자에게 폭행당했고 생명 도구인 보호구까지 벗겨졌으니 오죽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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