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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친위부대 '방첩사', 해체해 역사 속으로 보내야"
2025-05-01 11:25:05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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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2년 전 전역한 강건작 전 육군교육사령관(육사 45기·예비역 중장)에게도 2024년 12월 3일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안보 관련 세미나를 마치고 참석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뒤 귀가한 그는 부인과 함께 OTT 영화를 보고 있었다.

밤 11시가 좀 넘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TV 보았느냐.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싶었다. TV를 켰더니 대통령 담화가 반복해서 방송되고 있었다. 사실이었다. 화가 치밀었다. 계엄 선포 사실을 알려 준 친구는 특수통 검사로 오랫동안 검찰에 몸담은 보수 성향이었지만,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에는 함께 분노하고 있었다.

'명령이니 장병들이 어쩔 수 없이 동원되긴 했지만, 현장에서 태업이라도 해서 부당한 지시에 어떻게든 저항할 것이기에 계엄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친구를 다독였다. 이후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하고 계엄군이 국회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강 전 사령관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의문이 생겼다. 어떻게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었는지. 평소 '쿠데타는 과거의 유산일 뿐 더 이상 군의 정치개입은 가능하지 않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기에 의문은 더 증폭됐다.

왜 육군참모총장과 계엄작전에 동원된 주요부대 사령관들은 대통령의 불법적 지시에 누구 한 사람 '안 된다'고 말하지 못했나. 군사정권 종식 이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믿었던 군의 정치적 중립은 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는가. 외형상 한국군은 세계 5위(미국 글로벌화이어파워 2024 보고서) 평가를 받는 강군으로 성장했지만, '계엄의 밤' 장군들의 처신은 이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군대를 이끌어 갈 의식도 갖추지 못했고 의지와 능력 역시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런 지휘관들이 지휘하는 군대가 유사시 국민의 생명은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강군을 위한 첫 번째 조건, '엄격한 정치적 중립'

강 전 사령관이 최근 펴낸 <강군의 조건>은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창군 이후 수많은 정치상황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온 군의 역사가 한국군의 내부 역량을 한없이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강 전 사령관은 강군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엄격한 정치적 중립'을 꼽았다. 이를 위해 정권의 친위부대로 전락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를 해체하고 현행 장군 인사제도를 대폭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수 민간인 국방장관을 임명하고 장군 보직 안정성을 위해 국회의 견제 기능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도 역설했다. 특히 헌법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군복 입은 시민'으로 정의되는 독일 연방군의 '내적 지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한국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동교동 '클라우드 나인' 출판사에서 강 전 사령관을 만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드러난 한국군의 고질적 문제점과 군의 정치적 중립 강화 방안, '인구 절벽' 문제 등 산적한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고 '전쟁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인터뷰는 2시간 가량 진행됐다.

-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어떤 생각이 들었나.

"계엄 선포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현역 시절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근무를 같이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조금 알고 있었다. 군인 정신이 충일하거나 군사적 역량이 높은 사람은 아니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쉽사리 믿기지 않았다."

- 비상계엄이 어떻게 되리라 예측했나.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전화로 알려 준 친구와 얘기한 게 '요즈음 군인들은 위에서 지시를 내린다고 해서, (부당한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팍팍 움직이진 않을 거다'. 지시가 자신의 양심과 합치하고 임무와 역할에 합당하다고 생각해야 수긍을 하지, 위에서 밀어붙인다고 그대로 실행하지 않을 것이라 봤다. 그래서 계엄은 실패할 거라 봤다. 친구도 '이번 일로 윤석열 대통령은 끝났다'고 말하더라."

- 지난해 8월부터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됐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보셨나.

"사실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정치적인 관점이 다르더라고 상식적으로 어떻게 계엄 선포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그날 밤에 그렇게 놀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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