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어떻게 동거까지 예상했겠어, 가출이 하고 싶었던 거지
2025-05-01 15:33:02
서나연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대학 휴학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나는 대뜸 가출했다. 남자친구와 연애하던 것을 엄마에게 걸렸기 때문이다. 그 사랑은 너무 농밀해서 영어 문제집 사이에 끼워져 있다가 엄마가 우리 딸 공부 잘하고 있나 보자고 펼쳐본 날 떨어져 버렸다. 썩어서 거름이 될 일만 남은 꽃잎처럼 말이다. 그 작은 종이에는 남자 친구의 개인적인 정보가 적혀 있었다. 천사 같은 딸, 순결해야 하는 딸이 이런 짓을 하다니. 엄마는 나에게 대단히 실망했다. 계속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그녀의 모든 말에 복종하거나 싸워 이겨야 했다. 나는 둘 다 자신이 없었다.

가출한다는 건 말 그대로 가족에게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모아둔 돈이 없었던 나는 지역저축은행에서 300만 원을 빌렸다. '대학 휴학생 대출'이었는데 이자가 15퍼센트 정도였다. 남자 친구도 누나가 두 명이나 살고 있는 집을 나와서 함께 살기로 했다. 보증금을 뺀 나머지 돈을 생활비로 쓰면서 직장을 구했다. 직장에는 그냥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다고 말하고선 말이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해 못 해주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실제로 2013년 당시 한국의 비혼 동거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1.75%였다고 한다. 동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었음을 말해주는 지표다. 나와 남자 친구는 제일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서로의 수술 동의서를 써줄 수 없었고, 함께 살 집을 얻기 위해 신혼부부 대출 같은 것을 받을 수도 없었다.

프랑스에는 PACS(Pacte civil de solidarite)라는 제도가 있다. 결혼보다는 덜 무겁고, 이별하더라도 '돌싱' 딱지가 붙지 않는다. 주거, 의료 등에 대해 일부 권리를 인정하고, 이혼보다 간편한 해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인의 절반 이상은 결혼보다 PACS를 선호한다. 관계에 실패했다는 낙인보다, 같이 살다 보니 그냥 달랐다는 식이다.

온종일 일하다 쓰러져... 다시 집으로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