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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소설 장준하 13] 면회 온 아내에게 성경 '돌베개' 귀뜸
2025-05-01 15:35:55
김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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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훈련이 계속되었다. 요원들이 연병장에 정렬하자 부대장인 소좌가 점호에 나섰다. 손에 붕대를 감은 팔걸이 장준하가 부대장의 눈에 띄었다. 사유를 묻는 부대장에게 장준하는 힘찬 목소리로 특별한 부상이 아니므로 중국전선에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였다. 당시 훈련생들은 한국에 남기 위하여 온갖 수단방법을 찾고 있던 처지여서, 일본인 부대장은 부상당한 채로 중국파견을 자원하는 조선인 청년을 가상하게 여겼다.

이렇게 하여 장준하는 결혼 2주만에 일본군에 들어가 훈련을 마치고 중국으로 파견되었다. 떠나기 전 면회 온 아내에게 탈출 계획을 알리고 편지의 마지막이 성경구절 '돌베개'로 되어 있으면 부대를 탈출한 것으로 알아달라고 귀뜸하였다.

이미 며칠 전 면회하러 왔던 아내에게 장차 취할 나의 행동에 대해서 암시를 준 일은 있었다. 중국에 가면 꼭 매주 주말마다 편지를 하마. 만약 그 편지의 끝이 성경구절로 되어 있으면 그것이 마지막 받는 편지로 알아도 좋을 것이다. 당신이 그 성경구절을 읽고 있을 땐 이미 나는 일군을 탈출하여 중국군 진영이나 또한 우리 '임정'의 어느 곳으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 결심을 말했을 때 아내의 표정이 백지장 같이 변하던 그 모습은 그때 이후 오늘까지 반년이 넘도록 잊을 수가 없었다.

장준하 일행은 기차로 압록강을 건너 3박 4일을 달려 중국 강소성의 서주에 있는 부대에 도착하였다. 신병을 훈련시키는 일종의 보충대였다. 여기서 3개월 반쯤 훈련을 받았다. 총기를 다루는 방법을 비롯하여 본격적인 군사훈련이었다. 장준하와 한인 학도병 출신들은 쓰까다부대로 전원이 전출되었다. 한인 학도병들의 탈출이 심했기 때문에 이들을 격리시키려는 것이었다. 한인출신 학도병들의 탈출이 전무한 이 부대는 그만큼 규율이 엄격하고 회유와 위협이 심했다. 중국 전선에 배치된 일군 부대에서는 학병출신 한국 청년들의 탈출이 잦았다고 한다. 그래서 쯔까다부대는 더욱 감시가 심하고 훈련도 강하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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