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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성적표' 나왔다... 유일하게 웃음 지은 '일본'
2024-04-27 19:42:46
윤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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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결산의 달이다. 좋든 싫든 모든 법인은 지난해 성적표를 받는다. 맥주 회사들의 실적은 소비 시장을 반영한다. 2023년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기였다. 특히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제 맥주와 이에 대응하는 대기업 맥주 회사들의 결론이 드러난 해였다.

(사)한국맥주문화협회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자료를 통해 분석한 2023년 맥주 시장은 3조 7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시장의 71%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같은 대기업 맥주가, 24%는 아사히, 하이네켄, 칭따오 같은 대중 수입 맥주가 차지했다. 2022년 2.2%였던 수제 맥주 점유율은 1.4%로 떨어졌다.

2023년 맥주 시장은 성장하지 못했다. 두 거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모두 매출이 정체됐고 영업이익도 떨어졌다. 롯데는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지만 아직 영향력이 미미하다. 노재팬으로 일본 맥주를 제치고 수입 맥주 시장 선두에 올랐던 하이네켄은 영업 적자를 면치 못했고 칭따오는 본토에서 날아온 강펀치를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한때 편의점 매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제 맥주는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들어섰다. 협업에서 길을 잃은 수제 맥주는 여전히 해답을 못 찾고 있다. 코스닥에 상장한 제주맥주는 자동차 부품 업체에 매각됐고 곰표밀맥주를 놓친 세븐브로이도 추락하고 있다. 카브루, 플래티넘도 모두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 부진의 전반적인 요인은 원재료 상승과 소비자 관심 하락에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와 물류비 상승은 재료비를 30% 이상 올렸다. 트렌드로 떠오른 칵테일 혼성주, 특히 하이볼은 매대에서 맥주를 대신했다. 국내 경제 하락도 맥주 소비를 위축시켰다. 줄어든 외식수요는 유흥시장을 어렵게 했다. 이 영향으로 수입 맥주와 크래프트 맥주가 작년 하반기부터 타격을 입었다.

유일하게 함박웃음을 지은 나라는 일본이다. 노재팬은 사라졌다. 아사히 성적표에는 400% 매출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삿포로와 기린도 컴백했다. 편의점과 마트 매대에서 어렵지 않게 히라가나를 볼 수 있다.

용호상박, 두 거인의 시장 쟁탈전

한국 맥주 시장은 대기업 독과점이다. 오비맥주가 50%, 하이트진로가 20% 이상 차지한다. 하이트진로가 작년에 출시한 켈리는 오비가 앉아있는 왕좌를 겨냥한 창이었다. 맥스의 단종은 2019년 테라에서 얻은 자신감에서 나왔다. 보리맥아 100%로 만들어진 맥스는 마니아층이 두터웠다. 하지만 오비맥주와 전쟁에서 새로운 무기가 필요했던 하이트진로는 맥스와 17년 만에 헤어질 결심을 했다.

켈리에 사활을 걸었던 하이트진로의 성적표는 맥주 업계의 관심사였다. 테라 출시로 출렁거렸던 오비맥주의 모습이 재현됐을까. 작년 하이트진로 맥주부문 매출액은 8200억 원으로 재작년에 비해 400억 원정도 증가했다. 전체 광고선전비가 600억원 정도 증가한데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그 여파는 영업이익으로 번졌다. 작년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12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700억 원이나 급감했다.

오비맥주도 주춤했다. 시장 일인자 자리를 수성했지만 매출은 하락했다. 수입 맥주를 포함한 작년 매출은 1조 550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00억 원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1200억 원이 하락했다. 광고선전비가 전년 대비 200억 원 늘어난 요인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매출원가 상승에 있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격히 상승한 재료비의 영향을 피하기 어려웠다. 공장가동률이 70%를 상회하는 하이트진로도 이 부분에서는 동병상련이다.

오비맥주에게 긍정적인 부분은 켈리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았다는 점이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출시하며 내심 1조 매출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의 켈리와 테라의 공세를 카스와 한맥으로 대응했다. 광고마케팅을 강화하고 소비자 경험을 높였던 맥주 팝업 스토어 전략이 켈리의 창끝을 무디게 했다.

국내 생산 맥주로는 세 번째 자리에 있는 롯데도 라인업을 정리했다.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생은 소비자에게 혼선을 주는 브랜드였다. 다른 맥주였지만 이름이 비슷했다. 롯데는 클라우드 생을 포기하고 젊은 층을 겨냥한 클라우드 크러시를 작년 연말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 맥주 부문 작년 매출은 8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0억 원 정도 떨어졌다. 곰표밀맥주 위탁생산 수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롯데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기는 힘들 것 같다. 롯데칠성음료에서 맥주 사업에 힘을 실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품기획과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롯데아사히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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