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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후 10년, 해경은 무엇을 배웠을까
2024-04-27 16:34:56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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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아 많은 책이 나왔지만, 이 책은 좀 특별하다. 세월호 유가족이나 생존자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많지만, 참사의 또 다른 당사자인 해양경찰(해경)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흔치 않다. 더구나 당시 해경의 최종 책임자로 여러 차례 재판을 받기도 했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썼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가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입을 열어서 하고 싶었던 말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일까, 아니면 당시 잘못에 대한 반성과 향후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한 제안일까? 유가족이나 생존자들의 목소리와는 다른, 세월호 참사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어떤 진실의 조각이 이 책에 조금이라도 담겨 있을까?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의문을 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잘못은 선장에게 있고, 해경은 할 만큼 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선장에게 있다. 바다라는 공간의 특성상 구조세력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데다가, 선체 상황이나 사고의 위험성 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선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장은 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전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고 있고, 퇴선조치를 하는 것도 선장의 의무다.

그러나 선장이 퇴선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시점에서 구조는 사실상 실패했다.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장의 고유 권한인 퇴선조치를 해경이 하기는 어려웠고, 설령 했어도 이미 배가 많이 기울어진 시점에서 승객들이 자력으로 탈출하기는 힘들었다. 이 책은 선장과 선원이 탈출한 이후에 "내부의 승객들이 아파트 6층 높이의 선박이 60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에서 미로 같은 내부를 스스로 헤쳐나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39쪽)고 주장한다.

둘째, 세월호 참사는 지나치게 '정치화'됐다. 그 결과, 무리한 음모론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미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의혹들이 다시 제기되고 수사하는 일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세월호 CCTV 데이터 조작 및 바꿔치기 의혹은 2014년 검찰의 1차 수사에서 이미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이후에도 똑같은 의혹이 나왔다.

특히 자신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이 헬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임경빈 군의 병원 이송이 늦어져 사망했다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심지어 발견된 내용을 감추고, 관계인의 진술을 왜곡시키기까지 했다"(248쪽)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임경빈 군에게 응급조치했던 응급구조사 2명은 임경빈 군의 호흡과 맥락이 없었다고 진술했는데, 사참위는 이를 숨겼다.

이 책은 이를 두고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 앞에 사고원인에 대한 과학과 객관적 사실이 부정되고, 진영에 따라 해석되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어 왔다"(247쪽)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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