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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 받은 화제작을 읽은 뒤 발견한 나의 물고기
2024-05-09 13:28:15
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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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언론 매체의 찬사를 받은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여러 번 읽어보려 했으나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자연 과학서인지 감 잡을 수 없는 표지 위에 적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괴상한(?) 제목 때문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런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걸까,라는 궁금증에 결국 책을 펴들게 됐다.



저자인 룰루 밀러는 한순간의 잘못으로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다. 깊은 좌절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구원할 방법을 찾던 중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물 분류학자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된다.

지진으로 평생에 걸쳐 수집한 유리병 속 어류 표본들이 한 순간 파괴되었음에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물고기의 이름표를 꿰매 붙이는 학자 조던. 그를 보며 저자는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해답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이 생물학자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저자와 함께 조던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나 역시 내 인생을 지금보다 더 낫게 만들어줄 어떤 비법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집중해서 글자들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낙천성의 갑옷을 입고 삶의 위기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이 인물에게서 호감을 느끼기보다는 왠지 께름칙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가끔은과학이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될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중반부터 갑자기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충격적인 전개가 펼쳐지며 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스포가 될까 봐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못하지만 조던의 삶을 보며 신념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걸, 그리고 과학이 진실을 밝히는 횃불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굳건한 믿음을 깨뜨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강이나 바다에 사는 지느러미를 가진 수많은 생명들은 그저 서식 환경이 같아서 겉모습이 비슷해졌을 뿐 그 조상은 모두 다른데, 인간이 마음대로 '어류'라고 정해버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며 우리가 임의로 분류한 세상의 범주에 대해 의심하는 눈을 갖게 한다.

놀라운 건 분기 학자들의 집요한 연구 덕분에 '어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밝혀냈음에도 학계 밖에서는 아직도 그 범주가 통용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에겐 진실보다는 편리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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