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700차 수요시위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운동가님께서는 언젠가 지팡이를 짚고, 또 언제는 휠체어에 앉은 몸으로 현장에서 '나는 피해자다'를 외치시며 진실을 전하셨습니다. 이제는 물결이 된 목소리를 따라 우리들이 파도를 일으킬 차례임을 압니다.
이옥선 운동가님께 이 말이 꼭 닿기를, 너무 늦지는 않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운동가님의 삶은 단순한 고통의 기록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와 소중한 모든 것을 위해 싸운 용기의 증거였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 하겠습니다. 끝나지 않은 일 앞에서 멈추지 않겠습니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이 14일 저녁 창원마산 오동동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연 "고 이옥선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추모, 수요시위 1700차 연대행사"에서 무학여자고등학교 동아리 '리멤버' 부장 정연우 학생이 한 말이다.
이옥선 할머니가 지난 11일 세상을 뜬 가운데, 추모 행사를 연 것이다. 정연우 학생은 "눈부시게 찬란했던 운동가님이 그 곳에선 부디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정 학생은 "지난 2월 길원옥 운동가님의 추모제를 지낸 지 겨우 세 달이 지났습니다. 동아리 대표라는 자리에 익숙해 지기도 전에 제 눈 앞에서 사라지고 지워지는 역사를 마주할 때마다 목구멍에 채 삼켜지지 못한 뜨거운 덩어리가 걸린 느낌이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한숨으로도 뱉어지지 않는 그 덩어리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지워지는 역사들을 붙잡으려 손을 뻗어봐도 전부 모래알처럼 흘러내려 버렸기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리며 조금은 슬펐던 것 같습니다"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이 결국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 손 안에 쥘 수 있을 만큼 단단한 모래를 만들어 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정 학생은 "세계 12개 도시를 오가는 인권 대장정을 완주하시며 끊임없이 진실을 외치던 이옥선 운동가님의 강인한 마음은 그 단단한 모래를 닮아 있기에 제가 뻗은 손이 마치 운동가님의 마음에 닿은 듯도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연우 학생은 "이옥선 운동가님은 언제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직접 말해야 사람들이 믿어주니까요. 그 때 기억은 생생해요. 그래서 아직도 내 안에서 끝나지 않았어요'"라며 "저는 끝나지 않은 일을 두고 절대 먼저 떠날 수 없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리멤버는 언제까지고 이 끝나지 않은 일을 언젠가 끝맺기 위해 운동가님들의 목소리를 이어 받아 세상에 외칠 것입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