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석포제련소를 가려면 영주에서부터 태백까지 이어진 31번 고속국도를 타고 오다가 열목어마을로 유명한 봉화군 석포면의 대현리마을로 접어들어야 한다. 그렇게 대현리마을로 접어들면 송정리천을 만나게 되고, 송정리천은 북쪽에서 흘러오는 병호천을 만나 그 유명한 백천계곡을 이룬다. 백천계곡은 그렇게 해서 열목어 남방한계선이 된다. 이 마을이 열목어마을로 유명세를 타는 이유다.
백천계곡을 따라 강물은 협곡을 이루어, 그 청정 옥계수는 육송정삼거리에서 다시 태백 황지연못에서 발원해 흘러오는 낙동강과 만나게 된다. 짐작되듯 이 일대는 모두 협곡이다. 산과 산 사이 협곡을 따라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 육송정삼거리에서부터는 제법 너른 협곡이 시작되어 그 협곡을 따라 강물은 다시 유유히 흘러가다가 3㎞ 하류에서 너무나 낯선 풍경을 만나게 된다. 처음 이곳을 찾은 이들은 협곡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이 낯선 풍경에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수도 있다.
중화학공업단지에서나 보게 되는 수준의 거대한 공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바로 공해공장으로 악명높은 영풍석포제련소가 이곳에서부터 등장해 협곡을 따라 제1공장에서부터 제2공장에 이어 제3공장까지 차례로 이어지게 된다. 낙동강을 따라 이르는 그 거리만 2㎞에 이른다. "어떻게 이 첩첩산중 협곡에 이런 거대한 공장이 자리잡을 수가 있는가" 하는 불가사의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는 풍경이다.
제3공장을 지나면 다시 협곡은 이어지고 강을 따라 난 길을 통해 12㎞ 하류 승부역까지 다다를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곳 낙동강 최상류 협곡 사이에 거대한 공단 규모의 아연 제련 공장이 자리잡은 것이다. 1970년에 말이다. 그때부터 무려 반세기가 흘러 이 공장은 아직까지 가동되고 있다. 이 공장만 없다면 이곳은 첩첩산중의 오지 중의 오지로 사람의 발길마저 뜸한 곳이 아닐 수 없는 그런 곳이다. 기껏해야 드문드문 나타나는 고랭지 채소밭에서 사람의 흔적을 느끼게 되는.
낙동강 협곡 사이에 불쑥 나타난 영풍석포제련소
지난 2일엔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골짜기 마을 서낭골로 해서 영풍석포제련소 뒷산을 올라 그곳의 초토화된 식생을 통해 이 위험한 공장의 실태를 살펴봤다면(관련 기사: 58일간 조업정지 후 영풍석포제련소 뒷산에 나타난 변화 https://omn.kr/2dca3), 3일엔 육송정삼거리에서부터 승부역까지 낙동강을 따라 15㎞ 정도 협곡을 둘러보면서 이 협곡 사이에 난데없이 들어선 이 위험한 공장의 실태를 살펴봤다.
3일 아침부터 제법 많은 비가 몰아쳐 비가 갠 정오 무렵 겨우 육송정삼거리에서부터 백천계곡과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부 쪽으로 들어가 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오전 내내 비가 내린 탓인지 강물이 제법 불어있었다.
강물에 손을 넣으니 손이 제법 시릴 정도로 강물이 찼다. 봄이 왔지만 강물에선 전혀 봄을 느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시린 손을 참고 바위를 하나 들춰봤다. 바위 밑에선 반가운 친구가 나타났다. 바로 다슬기였다. 아직 덩치가 작은 어린 친구였다. 몇 개를 더 뒤집어보니 바위마다 한두 마리의 다슬기가 보였다.
반가운 녀석들을 통해 이곳 강바닥 생태계는 아직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하류 영풍석포제련소 방향으로 길을 잡아 협곡을 따라 이동했다. 2일엔 영풍석포제련소 뒷산에 올라 제련소를 만났지만 이날은 산 아래에서 제련소를 다시 만난 것이다.
2월말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로 문을 닫았던 공장이 25일부터 다시 정상 가동을 시작했지만, 전 공정이 모두 순조롭게 가동되지는 않은지 아직은 굴뚝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의 양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공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여전했다. 소리 나는 곳은 제1공장이고, 그 제1공장 너머엔 어제 올라간, 금강소나무가 집단 고사하고 뼈대만 앙상히 남은 뒷산의 황량한 모습이 멀리 조망된다. 저 많은 식생들이 죽어나갈 정도로 이곳 굴뚝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는 독성이 강하다는 방증으로, "이곳 석포면에 사는 사람들인들 건강할까"란 생각이 절로 들게 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