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는 설거지를 해야 했고, 밭일도 해야 했고, 아이도 돌봐야 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시대. 그런데 2025년의 나는, '당연한 육아' 속에서도 지칠 수 있다는 걸 인정받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나는 직장맘은 아니지만,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서 비로소 개인 시간이 조금 생겼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것이 되지 않는다. 체력을 보충하려고 아파트 비상계단을 오르고, 짬을 내어 수영장에 다녀오기도 한다. 원고를 투고하거나 부업을 하기도 한다. 오늘처럼 피곤한 날엔 침대가 나를 부르지만 눕기만 해도 미안한 마음에 차를 몰고 대형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 가면 사람이 많다. 물건을 고르고, 직원과 정답게 인사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나도 한 번 더 웃게 된다. 장난감이나 모자를 고르며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말이 조금 더 늘어난다. 내 안에 힘이 없을 때, 적당히 분주한 평일 오후의 마트가 나에게 잠깐의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