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앞두고 세상이 들썩인다. 여기도 잔치, 저기도 잔치. 방송과 광고는 '행복한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유니세프(UNICEF)가 발표한 '아동 웰빙 지수'(2020)에 따르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같은 해 청소년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였다.
과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인가? 특히, 생애 초기인 유아기의 돌봄과 교육 환경은 그 행복의 시작점일 수 있을까.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에, 어린이집 원장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아이의 행복을 위한 기본권: 돌봄 제안
생후 12개월까지 아이와 엄마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며 안정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정서 발달의 핵심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부모 모두에게 평균 10~16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이 권리는 소득과 직업 유무와 무관하게 모든 부모에게 주어진다.
한국 역시 육아휴직 제도를 갖고 있지만, 실제 사용률은 낮고,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외국인 부모에게는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누구나, 어떤 조건에서든, 최소 12개월은 보호자가 아이 곁에 있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로서의 육아휴직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목소리, 체온, 심장소리 같은 익숙한 자극을 통해 안정감을 느낀다. 생후 1년 이내 엄마와의 밀접한 접촉과 상호작용은 안정적 애착을 만들고, 이는 평생의 정서적 기반이 된다. 이는 생명을 품은 이의 책임이자 특권이다. 아이의 요구에 즉각 반응하고,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보호자가 1년을 함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한 아이, 한 가정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와 국가를 이룬다. 영유아기에 충분한 돌봄을 받은 아이들이 가득한 나라가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해 보자.
지금의 제도는 부모의 일자리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이제는 아이의 행복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