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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만 원의 인지대는 왜 31만 원으로 삭감됐나
2025-05-02 21:42:32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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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지대 90,366,900원(2025. 3. 10)

1.2025. 3. 10.자 보정명령을 취소하고, 이 사건 2025. 2. 20.자 항소장에 대하여 인지대 310,500원 (중략) 납부하시기 바랍니다.(2025. 3. 21)

위와 아래는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합의)가 두산중공업(2022년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 변경)과 소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시선RDI와 김대근 대표에게 내린 '보정명령(補正命令)'이다. 보정명령이란 법원이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부족하거나 잘못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고치라고 내리는 명령으로 불응하면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사건의 인지대가 9036만여 원에서 31만여 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인지대는 소장(민사·행정·가사·특허소송)을 제출할 때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 비용으로 소송의 종류와 청구금액에 따라 그 액수가 달라진다. 그런데 왜 1억 원에 가까운 인지대가 1차 보정명령을 내린 지 11일 만에 31만여 원으로 대폭 삭감됐을까?

등기 무효 논란에도 소유권은 사모펀드에 넘어가


서울 강남 교보타워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15층짜리 건물 '에이프로스퀘어'. 지난 2011년 시행사인 시선RDI가 준공한 건물로 원래 이름은 '시선바로세움3차'였다. '바른 건축물'을 지향한 김대근 시선RDI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는 건물명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일가 회사인 '정강'이 50억 원을 출자한 사모펀드(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가 소유한 적이 있어 한때 '우병우빌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준공 직후 2600억 원대였던 건물 가치는 현재 4000억 원대(호가)로 크게 올랐다.

하지만 준공 이후 건물 소유주는 시선RDI(시행사)에서 더케이(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의 특수목적법인),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9호(사모펀드), 마스턴 49호(사모펀드), JR 32호(사모펀드)로 계속 바뀌었다. 이에 따라 수탁사(명의상 소유주)도 한국자산신탁에서 한국증권금융, 하나은행, 우리은행으로 교체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소유주와 수탁사가 계속 바뀌었는데도 매우 이례적으로 모든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은 '0원'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원래 소유주인 시선RDI는 지난 10여년 동안 시공사(두산중공업), 수탁사(한국자산신탁), 금융권(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자신의 소유권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소송을 벌여오고 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소유권 보존등기'의 법적 정당성 여부다. 소유권 보존등기는 신축 아파트나 신축 단독주택 등에 자신의 소유권을 처음으로 등록하는 것으로 '최초 소유자'를 명시하기 위한 절차다. 사람으로 치면 '출생신고서'와 같다.

시선RDI측은 사람의 출생신고서와 같은 소유권 보존등기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후 진행된 모든 소유권 이전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1) 해당 건물이 집합건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존등기가 이루어졌고 (2)법원에서 수리된 보존등기가 건축물대장과 일치하지 않으며 (3) 등기를 접수한 법무사가 시선RDI와 대리업무를 계약한 사람이 아니어서 부동산등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을 각각 부연설명하면 이렇다.

(1) 건물의 소유권 보존등기는 2011년 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등기과에 접수됐는데, 등기 당시에는 벽체 경계와 바닥 경계 등 건물내부 공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2) 2011년 2월 8일 서울 서초구청에 접수된 건축물대장에는 지하 5층~지상 15층 사이 각 층의 구분과 층별 업무시설, 제1종근린생활시설 등이 간략하게 기록돼 있지만 보존등기시 등기부등본에는 각층 사무실 호수까지 모두 기록돼 있다.
(3) A법무사가 시선RDI 대리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법 등기과에 소유권 보존등기를 접수했는데 그는 시선RDI와 대리업무를 계약한 적이 없고,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시행사 인감을 그에게 줘서 임의로 등기를 했다.

특히 등기관들이 몇 차례 진행한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에서 11회에 걸쳐 각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는 그만큼 등기 절차에 하자가 있었음을 방증한다. 부동산등기법 제29조(신청의 각하)에는 '신청정보 또는 등기기록의 부동산의 표시가 토지대장·임야대장 또는 건축물대장과 일치하지 아니한 경우 등기관이 이를 각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소유권 이전등기가 돼 소유권은 앞에서 언급한 시공사와 사모펀드들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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