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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왜 노동절에 안 쉬죠?" 고교생의 질문, 반박을 못했다
2024-04-30 20:30:19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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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5월 1일에 우리는 왜 안 쉬는 거죠?"
"너희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학생이잖아."
"그런 논리라면, 어린이날엔 어린이만 쉬고, 크리스마스 때는 그리스도교 신자들만 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노동절에 쉬기는커녕 중간고사를 치러야 하는 아이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예년 같으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갔을 텐데,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화풀이하듯 쏟아냈다. 학교의 경우엔 급식소 등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제외하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과를 보낸다.

몇몇 아이들의 느닷없는 '몽니'이긴 했어도, 두루뭉수리 넘어가자니 뒤통수가 따가웠다. 무심결에 건넨 말이라고 해도, 설득력이 전혀 없는 답변이었던 까닭이다. 내가 지금껏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뿐, 그들의 질문과 반론은 충분히 상식적이었고 합리적이었다.

알다시피, 3.1절이나 광복절 등 국경일은 물론,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건, 모든 국민이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그 뜻을 기리는 데에 주체와 대상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국민 모두의 국경일이고 기념일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같은 국경일이라도 쉬는 날과 쉬지 않는 날의 '인지도'는 천양지차다.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으면, 기억 속에서도 지워진다. 일례로, '5대 국경일' 중 개천절이 언제인지 모르는 아이들은 없지만, 제헌절이 몇 월 며칠인지는 태반이 잘 모른다.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서다.

아이들이 노동절을 알고 있는 건,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이 당일 출근하지 않아서다. 그나마 부모님이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이라면, 관심조차 가지기 힘든 기념일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휴무일이지만, 실제로는 회사 내부의 사정과 사업주의 재량에 따라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 기관과 대기업의 전유물이 된 대한민국의 '노동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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