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문화에도 유행이 있다. 반려견 훈련사로서 방문교육에 가면 자연스레 그들이 지닌 반려견 용품을 살펴보고 얘기를 나눠보곤 하는데, 유행에 따라 바뀌는 것들이 있어 흥미로울 때가 많다.
예컨대, 어느 시기엔 특정 노즈워크 장난감이 유행을 했다가, 대리석 매트가 유행을 했다가, 또 어떤 시기엔 특정한 옷이 유행하기도 한다. 이 유행은 비단 특정한 물건뿐만이 아니다. 어느새부턴가 유행을 타기 시작한 말인 '피개행개'라는 말이 그렇다.
피개행개란, '피곤한 개는 행복하다'라는 줄임말로 하루에 필요한 운동, 놀이, 산책 등을 충분히 해주어 개가 집에서는 푹 뻗어 쉬게 해 준다라는 의미의 말이다. 간단하면서 상징 같은 이 단어는 많은 보호자들에게 내 반려견을 위해 5분이라도 더 걷거나 뛰게 하고 싶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똑같은 말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가 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보호자들이 피곤한 개가 행복하다는 말을 오해하거나 안타깝게도 잘못 적용하는 사례들을 본다. 나는 오늘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경력이 20년 이상되신 훈련사분께서 언젠가 내게 이런 말을 한적 있다.
"옛날엔 출장훈련 가면, '산책을 되도록 많이 시키세요'. 이렇게만 한 마디만 해도 해결되는 집 많았어."
그렇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몇 년 전 시기에, 사람들은 반려견을 키운다면서도 그 기본인 산책조차 시키지 않는 집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무언가를 못해줘서 문제라기보단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어서 문제인 경우가 많다. 가령, 내가 현재 방문교육을 가는 집들은 산책이 부족한 집은 찾아보기가 전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반려견도 사람처럼 분명히 하루에 소모해야 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것이 삶을 윤택하게 해 주고, 생명체로써 건강을 가져다주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소모 활동들이 반려견에게 건강함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내가 교육을 했던 토이푸들 토리의 사연이 그랬다. 토리는 공이 있으면 보호자가 바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네 반려견 운동장에서 유명한 반려견이었다. 한여름처럼 뜨거운 날이 아니면, 최장 4시간을 공놀이하는 등 토리가 지칠 때까지 원 없이 놀아준 것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낮잠 한 번만 자고 나면 다시 체력이 돌아와 집에서도 토리가 늘 공을 먼저 가지고 와서는 놀아달라고 했고, 토리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매일 해주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리는 점점 다리를 절기 시작했고, 슬개골 2기 판정을 병원에서 받았다. 그 이후로 운동장을 줄이자 토리는 나가고 싶다며 짖는 '요구성 짖음'이 너무 심해져, 그 고민을 보호자께서 반려견 훈련사인 내게 의뢰하신 상황이었다.
토리는 분명히 공을 좋아했고, 공놀이를 하고 나면 집에 와서 피곤해하며 잘 잤다(잘 자는 것처럼 보였다). 토리 보호자님 또한도 피곤한 개가 행복한 개라는 말을 늘 믿고 계셨고, 그렇기에 열심히 실천한 것이다. 하지만, 토리는 피곤했지만 결과적으로 행복한 개는 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반려견마다 해야 하는 소모는 다르다
우선 반려견들은 반려견들마다 관절이나 근육의 건강도, 또 뇌에서 반응하는 신경화학물질들이 차이가 있다. 토리의 견종인 토이푸들처럼 소형견들은 대부분 관절이 건강한 경우가 드물다. 토리 또한 병원 진단 결과 원래도 선천적으로 슬개골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컸는데, 공놀이로 인해 더 악화되었다는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