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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만 보고 어떤 동물인지 맞출 수 있을까
2024-05-04 14:51:46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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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자국은 어느 동물의 발자국일까요? 개과일까요? 고양이과 일까요?"

강사의 질문에 다들 자신이 없어 잠시 입이 막혔다. 분명히 오전 실내강의 시간에 강사가 발자국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며 개와 고양잇과 동물 발자국의 특징을 강조했는데 현장에서 보니 헷갈리고 자신이 없다. 개와 고양이 발자국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니 우리가 잘 아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4월 25일 전북 군산시 군산공항앞 새만금갯벌에서 전북녹색연합이 주최하는 수라갯벌 길라잡이 강의가 있었다. 수라갯벌 길라잡이 강의는 새만금에서 마지막 남은 자연갯벌인 수라갯벌을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교육과정이다. 12번의 강의를 듣고 평가시험을 통과하면 수라갯벌 안내를 할 수 있다. 강의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군산, 전주, 익산, 홍성, 서울 등 다양하다.

이번 주제는 새만금갯벌의 곤충과 포유류였다. 오전에 실내에서 두 시간 동안 곤충과 포유류 강의가 있었다. 이날 강의는 지리산 추적자학교를 운영하는 애벌레 하정옥씨가 맡았다. 하정옥씨는 지리산 뱀사골 일대에서 곤충과 포유류를 연구하고 생태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새만금갯벌에도 관심이 많아 자주 수라갯벌을 찾고 있다. 그의 별명은 '애벌레'이다.

정상적인 갯벌에서는 곤충과 포유류를 찾을 수 없지만 지금 새만금갯벌은 갈대와 갯질경이, 천일사초 같은 습지식물이 가득 차 있어서 곤충과 포유류 찾기에 나선 것이다. 곤충은 포충망으로 잡았다가 종을 확인하고 놓아주었다.

하지만 포유류는 낮에 눈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유류로는 고라니, 멧돼지, 삵, 너구리 등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포유류가 사는지를 알려면 포유류의 발자국을 보아야 한다. 동물의 발자국, 털, 똥 등으로 포유류를 조사하는 것을 '흔적조사'라고 한다.

실내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수라갯벌에서 곤충과 포유류 조사를 했다. 먼저 커다란 포충망으로 날아다니는 곤충을 채집했다. 마침 노랑나비가 보여서 포충망을 든 여성 수강생이 잡으러 뛰어갔다. 그러나 나비가 빨라서 쉽게 잡히지 않았다. 공중에 포충망을 열심히 휘들렀으나 여러 번 실패했다. 열심히 뛰고 달리는 그 모습을 보니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웃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드디어 노랑나비 한 쌍을 잡았다. 애벌레 하정옥씨는 노랑나비의 특징을 설명했다. 먼저 나비와 나방의 차이를 알려줬고 노랑나비의 색을 보고 수컷과 암컷을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벌과 개미의 차이, 개미의 허리가 날씬한 이유, 꿀벌과 쌍살 벌의 침 이야기를 재미있게 설명했다.

이제 물을 건너 습지식물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날 물이 무릎 높이 이상으로 차 있어서 짧은 장화는 물속으로 빠질 정도였다. 물이 깊으니 몇몇 사람들은 무섭다고 건너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바지 젖는다고 주저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바지 걷고 물을 건넜다. 물을 건너니 딴 세상이었다. 작년에 자랐던 키 큰 시든 갈대가 누워있었고 새 순이 땅위로 머리를 내놓고 있었다. 쓰러진 갈대를 밟고 걷다가 갈대가 적은 땅위를 보면 동물들의 발자국이 보였다.

발자국을 보고 어떤 동물의 발자국인지 맞추어야 했다. 한국의 포유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고라니, 멧돼지처럼 발굽이 있는 동물과 발굽이 없는 개과 고양잇과 동물이다.고라니는 발굽이 두 갈래이고 멧돼지도 두 갈래이지만 멧돼지 발자국이 크기가 크고 발굽 뒤에 며느리 발굽이 찍혀있어 구별된다. 개과 동물과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은 쉬운 듯 하면서 어렵다.


먼저 개과 동물의 발자국에는 발톱이 찍힌 것을 볼 수 있다. 개는 항상 발톱을 내밀고 다니니까.고양이는 걸을 때 발톱을 내밀지 않는다. 그래서 발자국에 발톱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야외에서 어떤 발자국을 보면 개과 동물의 발자국인지 고양잇과 동물의 발자국인지 쉽게 판별이 되지 않는다. 우리 같은 초보들이 보면 개인지 고양이인지 더 헷갈렸다.그래서 발톱뿐만 아니라 발자국 모양이 대칭인지 비대칭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하지만 이게 대칭인지 비대칭인지 더 헷갈렸다. 단순한 발자국이지만 쉽지 않다.

하정옥씨는 "우리가 동물을 보지는 못하지만 발자국만 봐도 동물의 행동을 알 수 있다. 동물이 뛰었는지 천천히 걸었는지 어느방향으로 몇마리가 지나갔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발자국은 동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준다. 발자국만 들여다 봐도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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