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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남자예요, 여자예요?'란 학생 질문... 둘 다 아니에요"
2024-05-02 20:00:17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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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20대 논바이너리(non-binary)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성소수자임을 드러내고 활동하긴 어렵지만, 항상 성소수자 활동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다고 A는 말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도서관에서 교육봉사를 했었어요. 원래 제가 아이들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어른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아이를 만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교사라는 직업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교육대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길든 짧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보는 학창시절, 그리고 교사에 대한 익숙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노동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쉬이 알기 어렵다. 학교에서 일하는 성소수자 비정규직 교육노동자로서의 경험은 '선생님' 세 글자에서 느껴지는 친근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논바를 위한 학교는 없다
"제가 성소수자가 아니었거나, 성소수자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여겼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이 쪽'이니까요."

교사를 꿈꾸며 내딛은 첫 발부터 학교는 논바이너리에게 호락호락한 공간이 아니었다. 교직사회의 성소수자 차별은 이력서를 작성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성별 란이 여/남 양자택일 형태가 아닌 공란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이 자신이 정체화하는 성별을 자유롭게 기입해도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학력 란 역시 마찬가지인데, 단성학교를 나온 경우 '여중·고', '남중·고'와 같이 자신의 지정성별이 이력서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트랜스젠더의 경우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맞게 이력서를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일이나, 이는 한편으로 우리의 공교육 체제가 성소수자 교사, 특히 트랜스젠더 교사의 존재 가능성 자체를 고려하지 않음을 채용 과정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선생님은 남자예요, 여자예요?"라고 물어보면 둘 다 아니라고 대답을 하거든요. 그런데 생존수영 수업을 하고 나면 아이들이 저에 대한패싱을 강화하는 느낌을 받아요. '선생님이 우리 탈의실에 들어왔어. 그러면 나랑 같은 성별이지.' 이렇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초등학교에는 생존수영 교육이 있다. 수영장에서 진행되는 교육이니만큼 탈의실 지도 역시 이뤄지는데, 이 경우 학생과 교사 모두 스스로 정체화하는 성별과 관계 없이, 법적인 성별에 따라 탈의실을 이용하게 된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다른 교사에게 탈의실 지도를 맡기기도, 별도의 분리된 탈의 공간을 이용하기에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남학생은 1번부터, 여학생은 41번부터'와 같은 식의 번호 나누기,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과 같은 학교 내 성별 구분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영장이나 화장실 지도 등을 하게 되면 언젠가 한 번쯤은 꼭 여남으로 학생들의 성별을 구분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성중립화장실 역시 아직 학교에서는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교사 개인이 성별이분법적 프레임을 깨려고 노력해도, 성별이분법을 전제로 한 교육의 내용과 공간이 학생들에게 이를 계속해서 재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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