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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만 들고 가면 알맹이 채워주는 환상의 가게
2024-05-09 16:13:35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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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비누로 세안과 샤워를 모두 한다. 지인이 만들어준 DIY 비누를 쓰거나, 종이 상자에 담긴 중성 비누를 애용한다. 4인 가구에서 바디클렌져와 페이스워시만 비누로 바꾸어도 상당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아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조금이라도 나오는 것이 싫다며 고체 치약과 샴푸바를 고집한다. 슬프게도 탈모 증상이 슬금슬금 나타나는 나는, 최근 기능성 샴푸를 사용하느라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씻고 난 후에도 순한 로션 하나로 얼굴과 몸에 다 바른다. 500ml 대용량 제품이라 그나마 개별 화장품 용기를 적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화장품을 리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서 담근 장을 유리 용기에 퍼 오듯 세제와 화장품류도 받아 오는 것이다. 더 큰 꿈을 꾸자면, 레몬즙이나 베이킹소다, 구연산 같은 것들도 소분해서 팔고 버리기 아까운 재활용 자원도 모아주는 가게가 있다면 어떨까. 그런 환상의 가게가 집 근처에 있다면 매일 같이 다닐 텐데.

화장품만 리필 가능, 재활용 모아주는 가게... 있다, 그런 곳이

그런데 서울 망원동에는 그런 가게가 있다. 알맹상점이다. 환경에 좀 관심이 있다 싶은 분들에게는 진짜로 유명한 가게다.

말 그대로알맹이만 팔아서 '알맹상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저장 용기를 들고 가서 필요한 만큼 담아 오면 된다. 코코넛 껍질로 만든 수세미도 팔고, 페트병뚜껑을 모아 업사이클링한 소품도 판다. 그야말로 제로웨이스트 러버들에게는 비현실적이게 좋은 공간. 강원도에 사는 나는, 서울에 가서 방문하고픈 장소 탑5 안에 '알맹상점'이 들어있다.

책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은 알맹상점의 창업자인 고금숙, 이주은, 양래교 세 분이 어떻게 가게를 열고 운영하는지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2018년 '쓰레기 대란'이 터졌을 때 알맹이만 찾는 자(알짜)들 모임에서 인연을 맺었단다. 알짜들은 쓰지 않은 장바구니를 모아서 시장에서 대여해주고, 용기를 가져가 알맹이만 사려고 노력했다.

망원시장 내 카파엠에서 반년 간 무인 세제리필샵을 운영하던 저자들은, 함께 뭔가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를 외치는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차리게 된 것이다(관련 기사:'이 가게'가 다이소만큼 많아지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https://omn.kr/27b1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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