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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주셔서 감사" 8일 열린 이 공연의 멋진 의미
2024-05-09 10:14:30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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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어버이날 저녁, 서울 성북구 성북마을극장에서 밴드 "소수윗"의 1주년 기념 공연 <퀴어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열렸다. 밴드 소수윗은 스스로를 '소수자와 함께 하는 투쟁펑크듀오'라 소개한다.

결성 뒤 1주년이 될 때까지 팬들을 향해 '퀴어(키워)주셔서 감사하다'며 '가정의 달'에 열린 이 공연에 붙은, '마을' '극장' '퀴어'와 같은 낱말들의 연결이 퍽 의미심장하게, 혹은 불온하게 여겨진다.

이 날 공연에는 소수윗을 비롯해 동녘, 이민휘, 야마가타 트윅스터 총 4팀이 참여했는데, 이들 모두는 장애인 야학인 '노들야학'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소수윗의 멤버 '호수'는 장애인 노동권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 날 공연의 수익의 50%는 장애인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투쟁 기금으로 기부된다고 한다.


첫 무대는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서정적인 목소리를 들려준 동녘이 열었다. 무대 한 켠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화면이 띄워졌고, 무대 맨 앞 줄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객이 자리잡았다. 총 60석의 아담한 계단식 극장 객석을 채운 관람객들이 포근한 어둠 속에서 노랫말에 귀기울였다.

두번째 무대로 화려한 신디사이저&기타 연주와 허스키한 음색이 근사한 이민휘&사공의 공연이 이어지며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었다.

'쏘 스윗'과 '소수 weed' 사이

세번째 막이 오르자 '댄스 음악'이 시작됐다. 절로 목과 어깨를 들썩이고 노랫말을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주인공, 밴드 소수윗의 공연이다. 오락실 기계에서 나올 것만 같은 명랑한 전자음과 흥겨운 비트 위에 위트 있는 노랫말이 얹어진다.

소수윗의 대부분의 곡 가사에는 언어유희와 반전의 묘미가 있다. "So Sweet So sweet(소 스윗)/ 소수 Weed 소수 Weed(잡초)"(<소수윗>) 가사처럼, 단어에서 글자 하나만 바뀌면 말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듯이, 젠더나 소수자성도 마찬가지로 작은 차이에서 의미가 완전히 뒤집힌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슷하지 뭐가 다르냐'라며 다양한 존재들을 구태여 동일한 범주에 집어넣으려는 언어 관습, 거기에 저항하려는 것 같기도 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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