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없는 진보>의 저자 김상봉 교수의 진단이다. 이때 말하는 '영성'이란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한국 민주주의 위기 원인에 대해 저자가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영성'을 꺼내 든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동학농민혁명 이래 이 나라의 진보적 정치 활동이란 '전체를 위한 자기희생'"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그럴까? 먼저 그가 말한 '영성'이란 개념부터 적절한지 살펴보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영성(靈性)을 "신령한 품성이나 성질"이라 간략히 정의한다. 영성(spirituality)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종교 신학에서는 영성을 "자기를 초월하여 이웃과 신을 위한 희생이나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성품"이라 본다. 따라서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을 영성으로 본다는 저자의 영성 개념 정의는 그런대로 무난해 보인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에 응답하고 공공선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지금껏 '진보'하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나와 세계가 하나라는 믿음"으로 자신을 희생해 고통당하는 이웃을 돕겠다는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 그저 '권력 쟁취'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지닌 자들로 넘쳐난다. 그러기에 이 나라가 '민주주의 위기'를 맞았다고 저자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