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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길 평전] '회상의 열차' 타고 구소련 지역을 답사하다
2024-05-04 14:36:11
김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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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로서 강만길의 관심 분야와 영역은 점차 확대되었다.

일본이나 미국 등지는 그도 그동안 몇 차례 다녀오기도 해서 자료가 꽤 있었다. 이와 달리 대륙에서도 특히 구소련 지역은 오랜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동토의 장막에 갇혀 있던 곳이라 역사가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이곳에도 우리 동포가 약 45만 명이나 살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조국을 떠나 그곳에 정착한 1세대들도 살아 있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한 운동에 헌신한 사람과 그 후예들도 많았다.

1937년, 소련의 스탈린 정권은 소련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연해주 지역에 사는 한인(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로 이주시켰다. 뒷날 밝혀진 구체적인 이유는 일본 간첩의 극동 침투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 동포들은 졸지에 반사막지대인 사지로 내몰렸다. 그 이동과 정착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연해주 한인들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60주년에 즈음하여 러시아 고려인연합회와 한국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본부가 공동 주관한 행사가 열렸다. '회상의 열차' 프로젝트였다.

강만길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의 자격으로 성대경 교수와 함께 이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 1997년 9월 9일, 강만길 일행은 열흘간의 긴 여행길에 올랐다. 이 '회상의 열차' 여행은 곧 역사 기행 또는 시베리아 여행기였다. 러시아 지역 독립운동사를 발굴하고, 이주 동포들의 간고한 삶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성공적인 삶을 영위해 가는 고려인들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하고도 영광스러운 시간이었다.

러시아 고려인연합회의 환영을 받은 첫 기착지는 블라디보스토크였다. 1937년에 스탈린 정권이 수송열차 124대에 실어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킨 한인들, 3만 6,442가구의 17만 1,781명이 살던 곳이다. 청산리대첩의 영웅 홍범도 장군도 이때 가족과 함께 강제로 이주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이어지는 일정은 '우스리스크→하바롭스크→비로비잔→모고차→치타→이르쿠츠크→끄라스노야르스크→톰스크→노보시비르스크→바르나울→룹촙스크→세미발라진스크→알마티→심켄트→타슈켄트'로 이어지는 대장정이었다. 모든 지역은 열차로 이동했다. 이 먼 거리를 현대식 열차로 이동해도 벅찬데, 당시의 열악한 조건에서 이동했다니 믿기 힘들 만큼 고난의 길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강만길은 1998년 12월에 당시의 여정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회상의 열차를 타고>(한길사)라는 여행기이다. 이는 20여 년 뒤에 '강만길 저작집 11'(2018)로 창비에서 다시 출간된다. 이 책은 '1. 고려인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2. 민족해방운동의 걸출한 지도자들, 3. 시베리아에 묻힌 유격대원들, 4. 중앙아시아에 숨쉬는 민족문화'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 책에서 다룬 내용 중에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사실과 비화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실들을 소제목으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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