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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일보
[APEC 그 후] 李대통령, ‘실용외교 시험대’ 첫 중대 관문 넘었다
2025-11-02 14:08:11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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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일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 중이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일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 중이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서울일보/박세준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맞이한 최대 외교 무대인 2025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한미·한중·한일 정상외교의 첫 라운드를 마쳤다. 장기화된 한미 관세협상, 고조된 미중 갈등, 변화하는 안보·경제 질서 속에서 외교 역량을 시험받아온 이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외교 주간은 그 자체로 ‘실용외교’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무대로 평가된다.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빈손 회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양국은 관세협상에서 극적 타결에 이르렀다. 한국과 미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약정을 두고 정점을 찍었으며, 이 중 현금 투자액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 등 세부 투입 방안을 확정했다.

특히 현금 투자의 연간 한도를 200억 달러로 설정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점은 한국 정부 내부가 특히 강조한 성과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였다는 발표도 나와 안보 협력 분야에서도 진일보한 진전을 보였다. 이는 이 대통령이 ‘수동적 외교’가 아닌 ‘과감한 의제 선점형 외교’ 기틀을 다진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했다는 점에서 외교 무대의 운전대를 한국이 잡은 상징적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채택된 ‘경주 선언’은 인공지능(AI) 공동선언과 인구구조 변화 대응 프레임워크 등 새 의제를 포함하며 아태지역 협력의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호혜적 관계 유지에 합의하며, 중국이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국가로 단정짓는 시선을 일단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했다.

한일 정상회담 또한 양국 정부 간 ‘셔틀외교’ 재개와 교류 협력 지속에 합의하면서 과거사 이슈로 인한 경직된 관계에서 완만한 전환의 시그널을 보였다.

이번 일련의 외교 이벤트에서 이 대통령이 보여준 특징은 ‘실용 외교’ 방향성이었다. 즉, 안보·경제협력 모두에서 기대치가 낮고 변동성이 큰 상황 속에서 ‘가능한 수익’과 ‘국익 보호’를 병행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한미관계에서는 투자·관세·안보를 패키지로 묶었고, 한중·한일 관계에선 균형적 접근을 통해 ‘기본축’ 위에 다양한 파트너를 두는 구도를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외교 문법보다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의 외환시장 여건’ 등 국내 조건을 설계하는 주체로 외교무대에 등장한 점도 특징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이번 경주 APEC과 한미 정상회담 등 다자외교를 통해 첫 외교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했다는 평가다. 다만 초미 관심사였던 한미 관세협상에서 여전히 한미 양국 간 대미투자 규모 및 방식, 반도체·철강 관세율에서 이견이 잔존한 만큼 아쉬운 대목도 있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 내용을 명문화한 ‘팩트시트’가 도출되기까진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엄존한다.

아울러 향후 여야 패권경쟁 중인 한미 강국 사이에서 극한의 실리외교로 국익을 최대화하는 한편, 국내에선 국회의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며 국정 모멘텀을 확고히해야 한다는 큰 틀의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가 관계자는 <서울일보>에 “앞으로 한국의 외교는 ‘플랫폼 외교국’이나 ‘가교국(國)’으로서 기능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그 물꼬를 튼 셈이다. 다만 여야로 완전히 갈라선 국론을 하나로 뭉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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