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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켄터키 스타벅스 구석에서 열 살 아이가 쓴 기적
2025-07-20 11:07:56
김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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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우리 가족에게 작은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미국 중부, 켄터키주 루이빌의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는 우리 삼남매 중 첫째가 한국 교보문고에서 주최하는 '예쁜 손글씨 대회'에 입선한 것이다. 해외에 살고 있지만, 한글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는 우리 가족의 노력에 의미 있는 보상이 찾아온 셈이다.

남편의 유학과 일 때문에 미국에 온 지 벌써 10년.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딸, 예비 초등학생인 둘째 딸, 그리고 얼마 전 태어난 아기를 키우며 지낸다. 아침부터 밤까지 분주한 날들 속에서도 나를 가장 깊게 사로잡는 고민은 언제나 같았다.

'미국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한때는 아이들이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이 생기면서, 영어는 빠르게 입을 타고 흘렀고 한글은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읽고 쓰는 것은 더욱 쉽지 않았다. 어떤 엄마는 말했다. "이제 아이랑 한국어로 대화가 안 돼요. 마음은 있는데 말이 안 통해요."

그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나도 같은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한국어를, 한글을 지켜주고 싶었다. 아이가 단지 언어를 잊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놓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다. 엄마로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글쓰기'라는 답에 닿았다.

스타벅스 구석에서 시작된 글쓰기

이번 여름방학, 나는 두 딸과 함께 교보문고 예쁜 손글씨 대회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미국의 여름방학은 한국보다 훨씬 길다. 두 달 반 넘게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이 한글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손글씨 연습은 켄터키 시골에 있는 작은 스타벅스 구석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아기 띠를 맨 채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각자 책을 펼치고 문장을 고르고, 연필을 쥐고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우리가 참여한 손글씨 대회는 '교보문고 예쁜 손글씨대회'였다. 올해로 제11회를 맞은 이 대회는 '손으로 한 줄, 마음을 적다'는 주제로, 손글씨로 감동을 전하고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내국인(대한민국 국민)이 참가할 수 있으며,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심사가 이뤄진다. 예선은 4월 15일부터 6월 17일까지, 본선은 7월 1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되며, 최종 수상자는 9월 3일 발표 예정이다. 대회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록 미국에 살고 있지만 우리도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설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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