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경남 김해의 한 토종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인됐다.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그동안 AI의 매개체가 겨울 철새들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대개 겨울철 철새의 도래와 함께 발생하던 AI의 일반적인 양상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여름 문턱에서 AI가 발병했다는 점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더이상 계절적인 요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내 축산 환경에 풍토병(Endemic Disease)화 되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매번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겨울철 철새만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던 풍토도 바꿔야 한다.
겨울 철새들에게 원인을 넘기면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고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을 미루는 현 방역 정책의 기조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집계에 따르면, 2003년부터 최근까지 22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총 1367건의 고병원성 AI 가운데 여름철(6월~8월) 발생건수는 무려 50건에 이르고 있다. 전체 AI 발생의 3.7%에 불과한 수치지만 결코 적지 않다. 사람이 여름이 되면 감기 발생이 줄어드는 것처럼, 바이러스성 질병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발생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AI가 철새가 없는 여름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철새 매개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