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시설운동은 장애당사자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누군가를 시설에 수용하며 만들어진 '시설과 복지'라는 시스템을 거부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 탈시설운동은 도가니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등 이제껏 은폐되어온 여러 시설의 인권유린 참상을 가시화하며 고발해왔다. 이러한 고발은 집단수용을 복지라고 말하는 시설의 구조적인 인권침해는 '특정 시설만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는 문제제기였다. 하지만 운동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묻는다.
"시설에 예산을 투자하고, 정부가 잘 관리하면 괜찮은 거 아니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면 더 안전하지 않은 거 아니냐?'"
평균적으로 5개 시설을 거치며 14.8년을 시설에 갇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장애 당사자는 한국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외친다.
"나 (시설을) 나갈랜다",
"(시설에 있는) 나를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당신들이 나를 데리러 오라."
탈시설 활동가들은 장애 당사자의 이러한 주장을 한국 정부와 사회를 향한 구호로, 당연한 요구로 확장시켜 나갔고, 탈시설권리를 직접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탈시설 당사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2009년에 서울시에 자립생활 주택을 도입하고, 2010년에는 주택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주거유지서비스'와 '지원주택' 모델을 실현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등장한 탈시설 당사자
하지만 정부와 민간 시설운영 관계자들은 '탈시설'이 아닌 '시설의 선진화'를 고집하며 탈시설권리를 외면해왔다. 그러던 중 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집단 감염'으로 인한 '시설에서의 죽음'을 가시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가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주장했던 '정부의 관리감독',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말해온 '당사자의 권인 옹호'는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장애인, 노인, 홈리스 등 시설에서 지내는 이들의 집단 수용 실태가 그 민낯을 드러냈다.
이후 국제 사회에서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탈시설 권리'에 더욱 주목하고, 2022년 '긴급상황을 포함한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장애운동계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시설수용 당사자의 외침이 확대되었고, 2020년에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부는 2021년에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고 '탈시설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는데 그쳤다.